내가 처음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접한 건 2013년쯤이었던 것 같다. 당시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유럽에선 비트코인으로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곳들이 늘고 있어 달러, 유로 없이 여행하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비트코인이라는 것은 사도 되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수학문제를 풀면 채굴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직후라 여행을 또 가고 싶다는 생각과 나는 백수라 현금흐름이 없으니 비트코인을 틈틈이 만들어둬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도를 했더랬다. 결론은 택도 없는 소리! 그냥 우리가 쓰는 보통의 컴퓨터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시 1 비트코인이 얼마였더라? 몇 백만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너무 비싸다는 생각으로 살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ㅜㅜ 그렇게 비트코인은 내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2018년에 핫하게 떠오르더니 김치프리미엄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2천만 원을 넘어섰더랬다.
그 이후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2020년 코시국을 맞아 넘쳐나는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며 다시 한 번 점프를 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나는 "에이, 설마 이번에 또 그러겠어? 밸류를 측정할 수 없는 것에 눈 돌리면 안 돼. 그 시간에 투자공부 하자."라는 우를 또 범했다. ㅠㅠ 여전히 모르는 것에 너무 관심 갖지 말자는 주의이긴 한데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걸...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책 리뷰를 쓰려다가 잡설이 길어졌네. 여하튼 비트코인이라는 녀석이 궁금하긴 하다. 어떤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을까? 과연 이 놈은 지속가능할까?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었으니 세대를 거듭할수록 비트코인이 뭔지 의문을 품기보다는 지금 신용카드를 자연스럽게 쓰는 것처럼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선택하게 된 책이다. 결론은 여전히 난 잘 모르겠다!
저자 이시즈미 간지는 너무 비트코인 찬양론자 같은 느낌이다. (내 기준에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며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보다는 과거의 화폐 몰락 사례를 들면서 지금의 화폐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 느낌이다.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제도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현재 투입되고 있는 인력자원 상당 부분이 필요 없어지니 좋다. 가상화폐란 국가 권력자의 관리를 넘어선 열린 화폐제도라 가장 위조하기 어려운 화폐일 수 있다며 가상화폐는 양화로서 악화(국가화폐에 속한 모든 화폐)를 밀어낼 게 틀림없다 이런 식이다. ^^ㅋ
그래도 비트코인 관련한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들과 일본 화폐 역사를 조금 알게 되는 건 흥미롭다. 평소에 접하지 못하던 내용이라 책은 술술 재미있게 읽히는 편이다.
- 2008년, 암호이론과 연관된 국제 메일링 리스트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이 쓴 논문 하나가 올라왔다. 이 수수께끼의 인물은 이듬해인 2009년, 블록체인 기술에 근거한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상에서 공개한 뒤 제 1호 비트코인을 스스로 채굴했다. 제1호 비트코인에는 2009년 1월 3일 오후 6시 15분 5초라는 기록(타임스탬프)이 찍혔다. 비트코인은 이렇게 생겨났다.
- Satoshi Nakamoto: 가상화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들어 봤을 법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은 '일본인이 아닐 거다. 유명한 기업들이 머리글자만 따서 운영하는 것이다' 등의 다양한 소문에 휩싸였다. 그러다 2016년부터 사토시 나카모토는 호주의 암호학자인 크레이그 라이트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결국 같은 해 5월 2일에 그는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인정하였다. 그런데 다른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크레이그 라이트가 증거로 제시한 내용은 핵심 내용이 빠져 있으며 신빙성이 없다"라고 지적하였고 크레이그 라이트는 5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와 관련된 글들을 제기한다. 하지만 다음 날, 전날 올린 글들을 모두 지우고 "죄송합니다(I'm sorry)"라는 제목의 통지문으로 대체하여 아직 의문이 남은 상태라고 한다.
- 비트코인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발행된다. 문제를 풀어서 비트코인 블록이 채굴되면 보상으로 비트코인이 주어지는데, 2017년 현재 보상은 블록 하나당 12.5비트코인이다. 이 보상은 4년마다 반감기를 갖도록 설계되어 2009년부터 50비트코인, 25비트코인, 12.5비트코인으로 감소해 왔다. 이것이 0에 도달하면 비트코인은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다.
-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라는 그레셤의 법칙을 저자가 거꾸로 뒤집어 "좋은 돈이 널리 유통되어 나쁜 돈을 밀어낸다"라는 의미로 쓴 표현이다. 그레셤의 법칙은 16세기 영국의 재정가 토머스 그레셤(Thomas Gresham)이 엘리자베스 1세에게 올린 편지에서 유래하였으며, "가치가 낮은 것이 널리 유통되어 가치가 높은 것을 밀어낸다"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예컨대 액면가는 같지만 순도가 다른 두 개의 은화가 있다면 사람들은 순도 높은 은화는 집에 보관하고, 은 함량이 낮은 은화를 사용할 테니 결국 시중에는 저급 은화만 유통될 것이다.
- 아돌프 브루거(Adolf Burger, 1917~2016): 베른하르트 작전에 투입됐던 유대인. 전쟁이 끝난 뒤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저술했고, 이 책이 <카운터페이퍼>로 영화화되었다.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본문 내용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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